환시연 幻視淵

산에 내(유몽인) 별장이 있다.
평야 가운데에서 시냇물이 두 개로 갈라져 흐르고 그 사이에 작은 웅덩이가 있는데, 넓이가 얼마 되지 않았고 깊이도 한 길이 안 되었다. 둠벙 가운데 작은 구멍이 있는데 늘 괴이한 것이 나타나 사람을 꾀어서 끌고 들어가는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.
남자를 보면 여자가 되고, 여자를 보면 남자가 되어서 유혹했다.
한 중이 이 웅덩이를 지나가다 행장을 풀어놓은 채 웅덩이에 들어가서는 나오지를 않았다. 마을 사람들이 가서 찾아보니 몸이 절반쯤 그 구멍에 들어가 있었으며, 죽은 지가 오래되었다.
또 마을의 한 아이가 여러 아이들과 그 웅덩이에서 멱을 감다가 물 속으로 자맥질해 들어갔는데, 오래 지나도록 나오지 않았다. 아이들이 달려가 그 부모에게 알리자 가서 구했는데, 아이의 머리가 구멍에 박힌 채 죽은 듯했다. 꺼내어 땅 위에 눕히자 한참 있다가 되살아나서 말했다.
“어떤 백발 노인이 버드나무 숲 아래에 있다가 꾀어서 따라 들어갔는데, 애초에 물이 있다는 것조차 몰랐습니다.”
어떤 이는 말하기를, 늙은 자라 등속이 변화한 것이라고 한다.
[어우야담, 유몽인]